권기헌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영덕은 2010년 영덕군의회의 만장일치 의결로 원전 유치를 신청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의 객관적 평가를 거쳐 후보지로 선정됐다.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동안의 과정을 무시하고 국가사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책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주민투표가 시행되면 지역 공동체는 분열되고 지방자치단체는 정치력을 상실하며 신의를 저버린 해당 지역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고 국가사무는 난항을 겪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결과의 승리’가 아닌 ‘과정의 승리’가 필요하다.
갈등은 언제, 어디에든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역할이고 실력이다. 갈등은 정당한 절차로 풀어야 한다. 최근 갈등관리와 정책분석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풀뿌리’ 민심을 확인하는 숙의적 의견수렴 방식이 많이 활용되며, 진정성을 갖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 목표를 찾아야만 상생적 지역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영덕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민투표가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면서 토론하는 숙의적 민주주의의 자세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보다 진지한 토론을 거쳐 해법을 찾는, 영덕 주민들의 ‘과정의 승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권기헌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