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그는 입사 이후 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근해 30세 여사장과 젊은 직원들의 업무를 돕는다. 인생 상담도 해 준다. 은퇴 전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는데도 “내가 왕년에…”라는 뻣뻣한 태도가 없다. 이 회사에서 남녀노소 직원이 서로를 이해하며 각자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70세 인턴은 정규직이 아니다. 그런데 재취업하려는 중장년이 인턴 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10월 22,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을 연다. 중장년층, 경력 단절 여성, 청년층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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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직장을 관뒀다가 최근 시간선택제로 입사해 낮 12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일하는 한 30대 여성은 “아기가 잠잘 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마음이 짠해졌다. 며칠 전 친정엄마는 바쁜 나를 대신해 미장원에 데려갔다 왔다며 한껏 훤해진 세 살배기 아들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명문대를 나오고 아이 키우느라 직장을 관뒀던 내 친구들은 “나도 다시 일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이 박람회 실무를 맡아 일하면서 이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60대 중소기업 임원 A 씨, 40대 대기업 부장 B 씨와 은퇴 후 리스타트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친구들과 만나면 은퇴 후 일자리보다 ‘일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해요. 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프로젝트 단위로 맡아 일하는 게 기업이나 저나 부담이 덜할 것 같아요.”(A 씨)
“‘리스타트’할 기회가 있다면 과거 비슷한 일을 했어도 신입의 자세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 후배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언하겠어요.”(B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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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하려면 편안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대개의 중장년층 남성은 ‘과거의 나’에 얽매여서, 혹은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게 두려워서 전일제 일자리만을 고집하다가 재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70세 인턴은 말했다. “뮤지션에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도 음악이 남아 있어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직도 음악이 들리나요. 그렇다면 10월의 어느 멋진 날 일자리 미팅을 나와 보시죠. 그럼 다음 주 목요일 광화문광장에서 뵙겠습니다.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