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뜨겁게 달군 5위 경쟁 덕에 팬 관심 몰리며 최고 히트상품으로
올해 프로야구 최고 히트 상품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최고 화제 인물인 김성근 한화 감독(73)의 복귀마저 이 제도가 없었다면 진작 ‘일단 실패’로 결론이 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5위까지 가을 야구 티켓을 받게 한 이 제도 덕에 김 감독은 끝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10월이 다 되도록 가을 야구 경쟁을 벌인 5∼8위 팀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가을 야구에 4개 팀만 나가는 것과 5개 팀이 나가는 것의 차이는 구체적인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야구 통계학자들이 만든 숫자인 ‘드라마 인덱스’를 통해서다. 이 숫자는 기본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올라간다고 이해하면 된다. 평균은 1.0이다.
예를 들어 이달 3일 경기 때 삼성의 드라마 인덱스는 4.2까지 올라갔다. 4.2는 144경기를 치를 때 나올 수 있는 가장 높은 숫자다. 삼성이 이날 패했다면 선두 자리를 2위 NC에 내줄 수도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다는 걸 이 지표도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자 삼성의 드라마 인덱스는 0으로 내려갔다.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면서 남은 한 경기는 중요도가 떨어진 것이다.
물론 SK만 이 재미를 느꼈던 건 아니다. 한화와 롯데 모두 시즌 마지막 10경기를 드라마 인덱스 3.2로 마쳤다. KIA는 5강 탈락을 확정한 뒤 드라마 인덱스 0인 상태로 두 경기를 치러 낮게 나왔지만 그래도 2.3이었다. 와일드카드가 없었다면 세 팀 모두 9월 4일부터 이 숫자가 0인 채로 경기를 치러야 할 운명이었다.
사실 올해 프로야구는 5월 29일 이후 1∼4위, 5∼10위 팀 사이에 순위가 바뀐 적이 없다. 최종적으로 4, 5위의 승차는 8.5경기나 났다. 한껏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딱 한 판으로 끝이 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 제도가 없었다면 야구팬의 올 9월은 이렇게 드라마틱할 수 없었다.
▼ 드라마 인덱스(Drama Index) ▼
이항분포(binominal distribution)를 통해 해당 경기 승패가 시즌 전체 성적에 끼치는 영향을 표준화한 지표. 남은 10경기에서 5번 이상 이겨야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팀을 예를 들면 해당 경기를 승리하면 남은 9경기에서 최소 4번만 이기면(4∼9번 이길 확률의 합산 74.6%) 되지만 패배하면 5번 이상(5∼9번 이길 확률의 합산 50.0%) 이겨야 한다. 그러면 확률 차가 24.6%포인트가 되고, 이 차를 시즌 전체 경기 숫자에 따라 전체 평균 1.0으로 조정한 숫자가 드라마 인덱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