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배우-심사위원 ‘1인 3역’으로 부산 찾은 문소리
한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단편 ‘최고의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최고의 감독’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그는 감독으로, 또 장률 감독이 연출한 ‘필름시대사랑’의 주연 배우로, 그리고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았다. 1인 3역으로 바쁜 그를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만났다.
문소리는 “내가 대학원 최초로 2년 만에 제때 졸업한 학생이라고 하더라. 덕분에 진이 빠져 요즘은 술도 안 마시고 몸 관리를 하고있다”며 “더이상 연출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심지어 풍자적으로 그렸다. 매니저한테 “내가 매력적이야, 안 매력적이야” 하며 윽박지른다든가 ‘평범하게 생겼다’고 스스로를 표현한다든가….
“배우가 원래 스스로를 오해하기 너무나 적합한 직업이다. 주변 사람들이 배우를 보호한다며 상황 파악을 못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연기를 잘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때때로 화려하게 꾸미기도 하지만 평소 생활할 때는 보통 사람으로 살자고 생각한다.”
―감독과 배우 중 어느 쪽이 낫던가.
“당연히 배우다. 배우는 그래도 작품 도중에 숨 쉴 구멍이 있는데, 감독은 꼭 헬멧이 사방에서 조여 오는 기분이더라.”
“‘박하사탕’을 보면 늘 배우 되기 전 문소리의 얼굴, 내가 잃어버린 얼굴을 보는 것 같다. ‘박하사탕’이 바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작품 아닌가. 내가 영화 속 영호가 된 기분이 든다.”
―자신이 변했다고 느끼는 건가.
“나이가 들다 보니 흔들릴 때가 있다. 외모에 기대서 배우를 해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젊음에 기대 연기했던 면이 있었던 거 같다. 자존감이 떨어져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잘못하면 막 얼굴 고치고 그럴 수도 있는 시기였는데, 정신없이 학교 다니며 잘 버틴 거 같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촬영은 어떤가. 일본어 대사가 많다고 하던데….
―다음 작품은 정했나.
“왜 다들 특별출연만 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특별출연 여러 번 하면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거 아닌가? 여배우가 맡을 역할이 없다는 얘기가 하도 자주 나오다 보니 그런 말을 또 하기가 싫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정말로, 연기하고 싶다.”
부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