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불안감에 돈 아껴 ‘사도’ 제작비 65억 들었어요”
2일 오후 부산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 남에게 작품을 평가받으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은 이런 영화를 누구나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부산=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2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56)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이날 그가 연출한 영화 ‘사도’는 개봉 16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전 그가 목표라고 공언했던 관객 수를 달성한 것이다. ‘왕의 남자’(2005년)로 1000만 관객을 맛본 이 감독이지만 이후 연출한 ‘평양성’(2011년), ‘님은 먼 곳에’(2008년) 등은 잇달아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영화 ‘사도’는 조선시대 영조의 명으로 아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사건을 다뤘다. 이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런 뻔한 얘기를 왜 또 하냐며 거절했지만 뻔한 얘기를 다른 관점으로 하면 새롭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넘어갔다. 내가 또 맞는 말은 바로 인정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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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KT올레국제스마트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감독은 올해 5회째인 스마트폰영화제 제1회 심사위원장에 이어 2회부터는 계속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86년 서울극장 선전부 직원이 되면서 영화계에 뛰어든 지 30년이다. 내가 대학도 중퇴한 ‘깡통’인데, 영화감독은 젊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직업 중에 유일하게 학벌이 통하지 않는 직업인 거 같다”며 “앞으로는 더욱 누구나 영화를 만드는, 그래서 ‘영상 권력’이 해체되는 세상이 올 거다. 그런 세상에서 이런 영화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빨리 찍기로 유명한 그는 벌써 올해 봄 후속작 ‘동주’의 촬영을 마쳤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영화다. “상업적 기대치에 시달리는 것이 힘들다”는 그이지만 아직도 할 얘기는 많은 듯했다. “영화를 찍으면 남에게 평가받잖아요. 남들이 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는 것, 그건 정말 축복받은 일인 거 같아요.”
부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