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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에 年 수십억 지원금 주면서 비리 의혹 회장 제재못하는 정부

입력 | 2015-09-21 03:00:00

[프리미엄 리포트]민간단체 자율 보장에 견제 구멍
인사전횡 회장, 직무정지 못시켜… 새마을중앙회-자유총연맹도 비슷




재향군인회를 비롯해 주요 법정 민간단체 4곳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해마다 수백억 원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견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단체의 설립과 지원 근거를 담은 관련법에는 보조금 지급 등 각종 혜택만 열거됐을 뿐 감사 및 처벌, 비리 임원에 대한 직무정지나 해임 등 견제 조항은 부실하거나 아예 없다.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인사 전횡 등 논란이 제기된 조남풍 재향군인회장(77·예비역 대장)과 관련해 “직무정지가 마땅하지 않냐”고 따졌다. 그러나 박승춘 보훈처장은 “직무정지를 시키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재향군인회법이나 감독권한에는 직무정지란 용어 자체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답변했다.

박 처장의 설명은 현재 재향군인회(향군)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독기관인 보훈처의 명령을 듣지 않으며 돌출 행동을 하는데도 정부가 아무 제재를 하지 못하는 현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향군에서는 올 4월 취임한 조 회장의 ‘돈 선거’ 의혹과 각종 이권을 놓고 벌어진 인사 전횡 등에 따른 내부 반발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노조의 고발로 관리감독 기관인 보훈처의 특별감사가 실시됐고 보훈처는 인사명령 취소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를 무시했다.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자진사퇴를 권고했지만 조 회장은 “250명 대의원의 동의 없이 물러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법정 민간단체 가운데 이른바 ‘국민운동 3단체’로 불리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는 문민정부 이후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따라 정부 지원 민간단체에 대한 제재 수단을 완화한 결과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조건 지원받는 보조금 등을 최소화해 일반 시민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지원을 받는 중에는 정부가 외부 감사단을 구성해 충실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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