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타이거픽쳐스
■ ASACC 키워드로 본 영화 ‘사도’
살다보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일들이 있다. 영화 ‘사도’가 그려낸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수없이 봐 왔다’고 여기지만, 정작 ‘제대로’ 본 적 없는 이야기가 이 부자(父子)의 사연이다. ‘사도’는 영화가 단지 오락적 기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곁눈질 없이 질주하는 영화는 진중할지언정 지루하지 않다. 연기부터 그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아삭’한 키워드로 ‘사도’를 살폈다.
● 연기(Acting)
이준익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는 평할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과한 칭찬쯤으로 여겨진다면, 영화를 보고 판단하길. 온갖 히스테리로 둘러싸인 군주의 모습을 다른 이가 연기한다? 상상하기 어렵다. 상대역 유아인의 실력은 더 언급할 필요 없다. 이제 ‘믿고 보는’ 대열에 합류했음으로.
● 이야기(Story)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8일간을 중심으로 아버지 영조와 그 아들이 남긴 또 다른 왕 정조의 이야기를 교차한다. 핵심 감성은 사랑이다. 너무 사랑해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그만의 방식으로 또 다른 사랑을 완성한다.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소모된 주인공들. 과거 TV사극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한 몇몇 배우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시감이 클 것이란 예상은 ‘우려’일 뿐. “철저한 집안일”이라는 영조의 대사처럼, 영화는 그동안 가려진 ‘가정사’를 들여다본다.
● 창의력(Creativity)
250년 전 왕실에서 일어난 ‘과거’의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와 절묘하게 겹쳐 읽힌다. ‘사도’가 가진 최고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예나 지금이나 절실한 건 ‘소통’이다. “존재 자체가 역모”라는 영조의 말에, 자극받지 않을 관객은 없다.
● 완성도(Completeness)
두꺼운 전문 서적 한 권을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읽어낸 기분. ‘암살’도, ‘베테랑’도 흥미로웠지만, ‘사도’는 철저히 기교를 뺐다는 점에서 짜임새는 절대 우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