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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400년 시간여행 vs ‘놀멘’ 카지노타운… 聖-俗이 함께하는 그곳

입력 | 2015-09-09 03:00:00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동양의 리스본’ 마카오




16세기 중반 둥지를 튼 포르투갈인이 마카오반도에 조성한 올드타운의 중심 세나도 광장. 바닥의 물결무늬 모자이크는 배의 중심을 잡느라 바닥에 실었던 석회암을 조각내 활용한 것이다. 마카오=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주말에 뜻하지 않게 쉬게 됐는데 어디 다녀올 데 좀 없을까?’

허 참! 아무리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대한민국이라지만 이건 좀…. 한국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이 들으면 여기가 지상천국인줄 오해하기 십상인 질문이다.

맑은 하늘에 소나기처럼 대책 없이 주어진 휴가. 가긴 가야겠는데 준비라곤 맹탕이니 허둥대는 건 당연지사. 내게 걸려오는 이런 전화는 그런 ‘공황상태’에서 시도된 ‘구조’요청이다. 그런데 그 답은 뻔하다. 멀지 않고 항공좌석 넉넉하며 혼자 가도 심심치 않을 ‘도시’다. 대개가 ‘나홀로 여행자’여서다.

그런 곳이라면 누구나 안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홍콩이니까. 그런데 이곳엔 결정적인 흠이 있다. 진부함이다. 아무리 다급해도 뻔한 여행은 비호감. 그렇다면 ‘안 뻔’하면서 돈과 시간과 열정을 다 소진해도 아깝지 않은 곳은?

‘마카오(Macao)’다. 세 시간 반의 짧고 쾌적한 비행, 걸어서 한 시간 반 거리에 포진한 30개의 세계유산(World Heritage), 서울의 한 구(區)에 불과해 돌아보기 쾌적한 도보여행지, 동양의 리스본(포르투갈 수도)이라 불리는 아시아대륙 최초·최후의 유럽풍 도시, 세계 최고급·초호화 카지노가 불야성을 이루는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온갖 유명브랜드가 총망라된 초호화 쇼핑몰에서 몰링(Malling·쇼핑몰 돌아보기)까지. 지척의 홍콩관광은 부록이고…. 게다가 이 모든 걸 별 준비 없이 후딱 다녀올 수 있는 게 마카오의 진정한 매력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미식이다. 중국 음식에 더해진 포르투갈 등의 유럽문화에 카지노호텔의 월드클래스 레스토랑까지 가세해 마카오의 식도락은 미식천국 홍콩을 뛰어넘을 기세다. 점점 늘고 있는 미슐랭의 별 등급 레스토랑(현재 11개)이 그 증거다. 호텔도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급 럭셔리 호텔 만다린오리엔탈과 포시즌즈 등 거의 모든 브랜드가 있다.

미슐랭 별 셋 ‘로부숑 오 돔’의 디저트 카트.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에서 라스베이거스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것은 콜로안과 타이파 두 섬 사이 개펄을 매립해 얻은 땅에 조성한 카지노타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Strip·‘벗긴다’는 뜻의 이 단어는 초대형 카지노호텔이 도열한 중앙로 ‘라스베이거스 불리바드’의 애칭)’에서 왔다.

거기엔 코타이센트럴(Cotai Central·셰러턴 콘라드 홀리데이인 호텔과 쇼핑몰)과 타이파플라자(포시즌즈 호텔과 쇼핑몰), 더 베니션(베니션 호텔과 그랜드캐널숍 쇼핑몰) 및 더 파리시안(160m 높이 에펠탑과 호텔 및 쇼핑몰·공사 중)이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크라운타워 그랜드하이엇 하드록호텔과 쇼핑몰 및 극장)’와 마주하고 있다.

포르투갈 소년에게 연꽃을 주는 마카오소녀 동상. 뒤로 성바오로성당의 파사드가 보인다.


열여섯 살(1837년) 소년 김대건이 마카오까지 가는 데는 꼬박 반년이 걸렸다. 그게 지금은 세 시간 반 거리다. 그리고 소년은 가톨릭사제가 되기 위해 예수회신학교를 찾아 거기 갔다. 그런데 우리는 놀기 위해 간다. 격세지감이다.

마카오는 성(聖)과 속(俗)이 교차하는 특별한 곳이다. 30개 세계유산 중 8개나 되는 성당 등 가톨릭유적, 호화로운 호텔과 쇼핑몰로 이뤄진 도박장 33개의 카지노타운이 그것이다. 따라서 여행스타일도 여기선 극과 극이다. 유적은 도보여행으로 돌아봐야 제격인데 1557년 포르투갈상선의 정박으로 시작된 ‘아시아 속 유럽’의 문화를 추적하는 400년간의 시간여행으로 일관한다. 반면 카지노타운은 그야말로 쇼핑하고 먹고 마시고의 ‘놀멘놀멘’의 연속.

도보여행, 그 시작은 마카오반도 올드타운 중심의 세나도 광장. 물결무늬의 모자이크바닥에 분수, 주변의 바로크식 건물로 포르투갈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이색적인 곳이다. 거기서 좁은 시장통을 지나면 툭 트인 하늘 아래 언덕마루에 파사드(Facade·건물의 정면)만 남은 성당과 마주한다. 소년 김대건이 당도하기 두 해 전 불탄 성바오로 성당(1637년 완공)이다.

성당언덕은 66개 돌계단으로 오른다. 그 계단은 신학생 김대건이 무릎으로 오르며 하느님께 기도하던 곳이다. 반드시 신부가 되어 저 성당을 정문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던…. 그 계단 밑 길가엔 마카오소녀가 포르투갈소년에게 꽃을 건네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400년 이상 지속된 동서양의 만남, 마카오를 상징한다. 이 올드시티의 골목을 헤집고 가다보니 카모에스 공원에 이르렀다. 거기선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의 동상을 본다. 공원입구의 안토니오 성당은 그가 사제수업을 받던 신학교. 토요일마다 한국인 신부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마카오반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타이파 섬. 그 남쪽의 콜로안 섬과는 개펄매립으로 한 덩이가 된지 오래다. 그 콜로안도 북쪽은 카지노타운으로 변했다. 하지만 서쪽해안은 옛 모습 그대로로 작은 마을이 남아있다. 올드타운과 달리 소박하기 그지없어 여행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그곳. 거기에 바로크풍의 자비에르 성당이 있다. 프란시스 자비에르(1506∼1552)는 16세기에 여길 무대로 인도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성인. 일본에 천주교를 전파한 인물이다. 마카오 공항은 타이파 섬의 동쪽. 타이파 섬은 마카오 시내가 있는 마카오반도와는 다리 세 개로 이어졌다. 이 공항에선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제각각 카지노호텔의 무료셔틀버스가 도열한 모습이다. 타이파 섬과 반도 도처의 카지노호텔로 손님을 실어 나른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말하면 이 노선만 잘 파악해도 공항을 중심으로 곳곳을 무료로 편안히 오갈 수 있다.

사실 이런 ‘특혜’는 오로지 카지노타운에서만 가능한 매력이다. 생수와 거리 쇼가 대표적인데 생수는 카지노장 안에서만 무료로 제공된다. 그렇지만 거리 쇼는 다르다. 지나는 손님을 카지노로 유인하는 수단으로 이만한 것이 없어서다. 코타이센트럴의 쇼핑몰에선 매일 오후 4시에 슈렉과 쿵푸팬더 등 캐릭터 인형이 출연하는 ‘드림웍스 올스타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갤럭시 마카우(카지노와 호텔 7개로 구성)의 로비에선 수시로 다이아몬드 샹들리에를 활용한 화려한 조명 쇼를 벌인다. 윈마카우 호텔의 대형분수도 명품 볼거리다.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15분마다 펼쳐지는데 물과 불, 조명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광경은 밤에 봐야 제격이다.

마카오에도 즐길 만한 액티비티는 많다. 마카오타워 233m 지점에서 뛰어내리는 번지점프는 지구상 최고도 점프다. 거기서 줄에 매달린 채 내려오는 스카이점프, 안전띠를 묶은 채로 타워가장자리를 뛰어다니는 스카이워크, 타워안테나를 오르는 타워클라임 등 아드레날린 분비체험은 다양하다. 갤럭시 마카우의 워터파크도 인기다. 총연장 540m의 미끄럼틀은 세계최장, 파도 풀도 초대형이다. 마카오의 밤을 뜨겁게 달굴 ‘클럽 큐빅(시티 오브 드림스)’은 마카오 최고의 핫플레이스.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시티 오브 드림스)’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판타지 쇼다.


▼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가 인정한 서비스 받아볼까 ▼

만다린오리엔탈호텔 마카오



객실에서 짐을 싸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짐 내려줄 직원을 보낼 테니 맨몸으로 체크아웃을 하라는 프런트데스크의 전갈이었다. 진정한 서비스란 이런 ‘배려’다. 요청은커녕 기대조차 않은 것을 해주는…. 감동은 거기서 온다. 그걸 아주 오랜만에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마카오에서 체험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의 여행관련 등급 매김 전문지·1958년 창간)’가 ‘별 다섯’을 줄 만했다.

마카오에서 여길 선택한 건 탁견이었다. 반도의 올드타운은 번잡하고 카지노가 운집한 코타이스트립은 수선스럽다. 반면 여긴 호수와 해안에 둘러싸여 호젓하다. 게다가 객실 통유리창의 전망 역시 기막히다. 호수 너머로는 마카오타워와 국경 너머 중국이 훤히 조망되고 해질 녘엔 해넘이와 노을도 감상한다. 4층엔 스파와 짐(Gym)이 테라스의 야외 풀(25m)과 함께 있다. 이 풀과 테라스에서도 역시 한적하게 바다와 호수풍광을 즐긴다.

만다린오리엔탈은 마카오와 잘 통하는 호텔이다. 서비스와 디자인 자체가 동서양의 만남을 추구해서인데 심벌인 부채가 그걸 말해준다. ‘동양여인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돌봄’(서비스)이 고전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유럽풍 실내와 조화를 이룬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전망 좋은 로비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가 제격.

이 호텔은 만다린 홍콩(1963년 개장)이 1973년 동양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던 오리엔탈 방콕을 인수해 ‘만다린오리엔탈’이란 브랜드로 통합하며 탄생했다. 공항서 10분, 홍콩행 페리터미널서 5분 거리. www.mandarinoriental.com


▼ Travel Info ▼


찾아가기: 마카오항공의 직항편(인천공항)이 ‘시간 대비 효과’면에서 최고다. 오전 7시50분 출발(마카오 도착 오전 11시), 오전 6시25분 도착(마카오 출발 새벽 2시10분)이라 이틀만 휴가내도 현지서 1박 2일을 즐길 수 있다.



현지 구어메 식당: 마카오에선 에그타르트 외에도 최고급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식당도 많다.

◇프랑스요리 ▽로부숑 오 돔(Robuchon au Dome): 프랑스인 셰프 로부숑 직영, 미슐랭 별 셋. 그랜드리스보아호텔 43층(238m). www.grandlisboahotel.com ◇중식당 ▽디 에이트(The Eight): 마카오에서 광둥식으로는 유일한 별 셋 식당. 그랜드리스보아호텔. ▽윙레이(Wing Lei): 딤섬전문 별 하나. 윈마카우 호텔. www.wynnmacau.com ▽골든플라워: 광둥 출신 탄쭝쥔(譚宗浚)의 관푸(官府)요리(베이징에 온 지방관리 집안에서 베이징과 고향음식을 두루 조화시켜 개발한 요리)인 탄자차이(譚家菜)전문, 별 둘 식당. 셰프 류궈주(劉國柱)는 중국의 국빈 접대용 베이징호텔 총주방장 출신. 윈마카우 호텔. ◇포르투갈요리 ▽귄초 아 갈레라(Guincho a Galera): 리스본(포르투갈 수도)에 있는 ‘포르테 라자 도 귄초’(별 둘)의 첫 해외 레스토랑. 리스보아 호텔. ◇이탈리아요리 ▽일 테아트로(Il Teatro): 이탈리안 셰프가 내는 정통 이탈리아요리. 음악에 맞춰 춤추는 화려한 분수조명 쇼를 보며 식사한다. 윈마카우 호텔.



오색 마카롱투어: 화려한 색깔의 오색 마카롱처럼 볼거리(세계유산) 즐길 거리(쇼) 맛볼 거리(고급다이닝)가 다양한 마카오를 최고급 호텔에서 휴식하며 여유롭게 만끽하는 ‘플라이 앤드 조이(Fly & Joy) 자유여행프로그램.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이 마카오관광청, 마카오항공과 함께 개발. 9월 중순 판매 개시, 여행은 10월 중순부터. 매주 한 커플을 추첨해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공항에 데려다주는 ‘스타 체험’리무진 서비스도 실시. 02-397-6100

마카오=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