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바탕 고용확대 움직임 KDB등 7곳 하반기 공채 계획… 대신은 3년만에 대졸신입 선발 자산운용사들도 펀드매니저 영입… “美금리등 변수, 실적 전망 불확실” 신규고용 망설이는 곳도 적지않아
수년간 불황에 시달리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노력을 해온 금융투자업계가 모처럼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선다. 경험이 많은 경력직 채용은 물론이고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신입사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채를 건너뛰었던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50∼7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3년 만에 대졸사원 신규 채용에 나섰다. 지난해 40명을 뽑았던 KDB대우증권은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 정도인 약 8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신영증권도 지난해보다 규모가 늘어난 40~60명 채용을 검토중이다. 증권사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김모 씨(29)는 “입사 지원서를 낼 금융투자회사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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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긴 불황을 거치면서 인력구조를 개편하는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신규 채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말 5만1866명이었던 금융투자업계 고용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4만4421명으로 약 14.3% 감소했다. 이 기간에 증권사들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비효율적인 인력구조를 개편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중형 증권사는 희망 퇴직한 직원 200명 중 100명을 성과 기반의 연봉 계약으로 바꿨다. 불황에는 인건비를 아끼되 호황에는 많은 연봉을 주는 식의 탄력적인 급여체계를 도입한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해서 사람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며 “하위 직급 채용을 늘리려면 먼저 고비용 인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7, 8월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인건비 부담이 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모처럼 늘어난 신규 채용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 경영진에 채용 계획을 올렸지만, 이번 호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와 채용 계획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계에서 지속적인 채용이 이루어지려면 각 회사들이 이익을 내는 동시에 신규 채용이 가능한 탄력적인 인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경기에 민감한 증권업종의 특성 때문에 유연한 인력구조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소매금융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지속적인 고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