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자들만 발동동]‘신해철’ 영향 의료사고 조정신청↑ 2015년 중재원 신청 1064건… 3년새 4배 의료기관 중재거부 2014년 46% ‘강제조정’ 의료분쟁법 2014년 발의… 의료계 “무분별 요구 급증할것” 반발
신해철 사건의 여파로 국가 기관인 중재원을 통해 의료분쟁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중재원에 의료사고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1064건으로,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배 늘었다. 올해 7월 현재 사정기관이 감정을 맡긴 건수도 244건으로 지난해 총건수(226건)를 이미 넘어섰다.
병원이 법적으로 중재에 응할 의무가 없다 보니 중재 거부율은 2012년 38%에서 지난해 45.6%까지 늘어났다. 법무팀을 갖춘 대형 종합병원들은 거부율이 71.5%에 이른다.
○ 중재 거부당하면 사실상 포기
의료기관이 묵묵부답이고, 중재원을 통한 조정까지 거부당할 경우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민사소송이다. 하지만 1심까지 2년 이상 소요되는 민사소송은 비용이 약 1000만 원이 든다. 민사소송은 의료인 과실을 의료사고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도 낮다. 그뿐만 아니라 패소할 경우 소송에 따른 보상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사소송에서 피해보상액을 1억 원가량 내걸었다 패소하면 약 5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내야 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는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 정도로 서민들에게 큰 위협이다”라며 “하지만 중재원에서 조정을 거부당한 피해자 대부분은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의료분쟁 조정 강제 참여 땐 소신 진료 못해”
의료계는 중재원에 접수된 모든 사건에 대해 국가가 의료기관에 분쟁 조정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분별한 분쟁 조정 신청이 늘어날 경우 소신 진료가 어렵고 의료사고를 우려한 의사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진료에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의사는 “조정 신청 수와 개시 건수는 늘고 있지만, 조정이 실제 원만하게 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단순 부작용인지, 진짜 의료사고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이 분쟁에 휘말리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분쟁 조정에 참여하는 것이 병원에 이득이 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재원이 환자들의 과잉 의료분쟁 신청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호 중재원 상임감정위원(한양대 명예교수)은 “의료사고를 중재하는 국가 기관은 환자와 병원 그 누구를 위한 조직도 아니다”라며 “사망 사고, 중증 질환자의 사례부터라도 강제 중재 개시를 도입해 합리적인 중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5일 서울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의료사고 예방대책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의료분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