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e메일 추가공개로 드러나 “베이너는 나약” “캐머런은 속물”… 美하원의장-英총리 혹평도 담겨
하지만 김정일이 다음 날인 26일 돌연 중국 방문길에 오르는 바람에 카터 전 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일각에서는 1994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난 김일성이 다음 달 사망했기 때문에 김정일이 ‘재수 없는 늙은이’를 일부러 피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진상은 전혀 달랐다. 곰스 씨를 데리고 귀환한 뒤 카터 전 대통령이 국무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는 2010년 7월 21일 당시 ‘곰스 씨 석방을 위해 방북해 달라’는 북한의 통보를 받았고 이를 주선한 평양 사람들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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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국무부가 아닌 개인 e메일을 공무용으로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힐러리 전 장관 e메일에는 국내외 정치인에 대한 측근들의 험담 등 밝혀져서는 안 될 내용들이 가득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힐러리의 최측근이던 시드니 블루먼솔은 2010년 11월 2일 힐러리에게 보낸 e메일에서 티파티 열풍을 안고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게으르고 나약한 알코올중독자”라고 묘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루먼솔은 또 2010년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새로 취임하자 그를 ‘속물’이라고 깎아내린 e메일도 힐러리에게 보냈다. e메일에는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블레어가 카타르 왕세자를 위해 힐러리에게 로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미국 법원은 ‘e메일 게이트’와 관련해 업무상 비밀이 담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년 1월 29일까지 순차적으로 전체 e메일을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31일 공개된 것은 2009∼2010년 e메일 4368건 중 일부분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