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8·25 합의 이후]靑, 남북관계 급진전 신중론
“우리에게 더 시급한 것은 남북대화가 아니라 4대 개혁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남북대화에 관심이 커지자 청와대는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재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이제 막 급한 불을 껐을 뿐인데 마치 내일 당장 통일이 올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이 4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 데다 남북관계는 북한이라는 가변성이 큰 상대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구상만으로는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 “누가 뭐래도 ‘4대 개혁’이 우선”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다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군은 최악의 대치를 하고 있을 때보다는 경계태세 수준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한미 대북감시 태세인 워치콘이 21일부터 2단계로 한 단계 올라가 있는 동시에 사이버위기 경보 단계도 20일부터 5단계(정상)에서 4단계(관심)로 격상돼 있다.
북한과의 대화는 ‘새로운 협상’으로 결실을 본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운 협상’에 대해 “이제부터는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면서 “대화에서도 원칙을 갖고 끈기 있게 임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즈음의 이산가족 상봉 여부를 남북 간 약속 이행의 ‘첫 단추’로 생각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NSC 상임위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방안과 일정을 당면 과제로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논의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홍 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5·24 조치 해제의 선결 조건은 무엇이냐”고 묻자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확성기 방송 중단이 제1의 목표였던 북한이 이를 얻어간 이상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합의를 깨고 그 책임을 정부에 떠넘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 약속을 지켜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북한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