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10월 출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월 취임한 뒤 설립을 추진해 온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대출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조정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이 정상화되면 싸게 사들인 대출채권을 되팔아 이익을 환수한다. 현재 9개 은행(산업 수출입 기업 우리 신한 KB국민 하나 외환 농협)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분 참여를 확정했으며 이들은 1조 원 상당의 자본금을 조성하되 필요 시 2조 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최고경영자(CEO)는 공모를 통해 증권업계의 펀드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초빙한다는 계획이다. 감독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성공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이미 여신 규모 1000억 원 이하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가 이처럼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는 것은 채권단 위주의 기업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에 나서 기업을 살리기보다는 발을 빼고 있다. 우리은행은 4월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했고 최근 KB국민은행은 한진중공업에 빌려준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대출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중은행이 몸을 사리면서 결국 구조조정의 부담을 국책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정부가 기업 간 합종연횡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채권단이 주도해서는 합병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올해 초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이 논의됐지만 각각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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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당장 한계에 몰린 조선업체 등 대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기에는 구조조정전문회사의 자본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가격산정 방식을 설계한다고 해도 부실채권의 가격을 두고 채권단과 기업구조조정회사 간의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 정부의 개입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더라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에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자율성을 정부가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