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은 ‘최고급 체력 단련장, 호텔 뷔페 같은 공짜 식사, 자유로운 근무환경’ 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인 세계적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서 직원들이 끊임없는 성과 측정과 살벌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총 4개면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NYT는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전직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직원들은) 1994년 아마존닷컴을 설립한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의 끝없는 야심을 성취시키는 기계들 같다”고 전했다. 훌륭한 아마조니언(Amazonian·아마존닷컴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은 결국 쉼 없이 일하는 ‘아마봇(Amabot·Amazon+Robot)’이 된다는 얘기다. 아마존닷컴의 채용 광고조차도 “당신은 이 회사에 잘 맞거나, 아니면 전혀 아닐 것이다. 이 회사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싫어할 것이다. 아마존닷컴에 (어중간한) 중간은 없다”고 밝힌다. 전직 인사 담당 간부는 회사 방침을 “의도된 다윈이즘(적자생존주의)”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NYT는 “아마존닷컴은 화이트칼러(사무직) 노동자들을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지 실험하는 회사 같다”며 “임직원의 모든 것을 회사를 위해 쏟게 만드는 시스템이 이 회사의 성장에 일정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닷컴의 시가총액(2500억 달러·약 294조 원)은 지난달 미국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추월했고 베저스 CEO는 ‘세계 5위 부자’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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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저스 CEO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는 ‘감성(感性) 경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NYT는 전했다. 반대로 아주 어릴 때부터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사고와 행동’에 익숙했다. 그가 10세 때 ‘애연가’ 할머니를 금연하게 만든 사연은 유명하다. 그는 할머니에게 “제발 담배 좀 그만 피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라고 막연하게 호소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통계를 활용했다. 그는 ‘담배 한 개비 필 때마다 수명이 얼마나 단축되는지’를 계산한 뒤 할머니에게 “(담배 때문에) 수명이 9년이나 단축됐다”고 말했고 이에 할머니는 눈물을 터트렸다고 한다. 베저스 CEO의 이런 냉정한 사고가 회사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직 직원인 보 올슨 씨는 “(이런 살벌한 경쟁 때문에) 대부분 직원이 회사 책상에서 (엎드려) 운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NYT는 △다른 회사 근로시간(주 40시간)의 2배가 넘는 주 85시간을 일하고 휴가를 써본 적이 없는 직원 △플로리다로 가족과 휴가 가서도 인터넷이 되는 커피숍에서 하루 종일 회사일만 하다가 돌아온 직원 △몸이 아파 큰 수술을 받고 직장에 복귀했더니 상사로부터 ‘그동안 업무 성과가 없어서 당신은 해고 위기’라는 통보를 받은 직원 △동료의 근무 태만 등을 그 상사에게 ‘고자질’할 수 있는 일종의 상호감시 시스템 때문에 상처받고 회사를 그만둔 직원 등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채용 담당 최고책임자인 수전 하커 씨는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인 회사, 비즈니스 지형을 흔드는 회사가 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NYT에 “요즘 회사들은 화합의 가치를 너무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화합만 생각하며) 치열한 토론이나 상호 비판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정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적 분위기는 하위직 직원도 회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어서 아마존닷컴의 대표 혁신 비즈니스인 ‘드론(무인기)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도 낮은 직급의 기술자가 낸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허락 아래 NYT와 인터뷰한 일부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스스로 ‘이건 나의 한계야’라고 여겼던 일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회사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많은 전현직 직원들이 “아마존닷컴의 일하는 방식(데이터 기반의 경쟁 유발 시스템)에 ‘마약’처럼 중독되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정한 ‘리더십 원칙 14개 조항’의 첫 번째인 ‘고객에 1차 중점을 둘 것’이란 철칙이 몸에 배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독려하며 일에 중독돼 간다는 얘기다. 한 전직 직원은 “다른 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일과 일상의 균형(work/life balance)’과 관련해 아마존닷컴에선 ‘일이 최우선이고, 일상이 그 다음이고,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최후의 일’이란 농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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