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구보타 시게코씨 별세
2000년 미국 뉴욕의 작업실 겸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백남준(왼쪽)과 구보타 시게코 부부. 동아일보DB
도쿄교육대(현 쓰쿠바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고인은 1964년 5월 도쿄 쇼게쓰 홀에서 열린 백남준의 공연 뒤 무대 뒤로 찾아가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두 달 뒤 미국 뉴욕으로 떠나 백남준과 조우하고 함께 전위적 예술 활동을 펼쳤다. 1967년 유대계 미국인 작곡가 데이비드 베어먼과 결혼했으나 2년 뒤 이혼하고 다시 백남준과 동거했다. 1976년 자궁암 진단을 받은 그에게 백남준이 청혼해 이듬해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은 없다.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고인은 1976년 발표한 영상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 최초의 비디오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96년 백남준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에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포기하고 남편을 돌봤다.
“…한 발 한 발 남준을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그가 타고 떠난 빛나는 ‘야곱의 사다리’(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백남준 회고전 작품명)를 오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했고 우주처럼 심오했던 남자와 함께한 삶에 감사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