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 학대 피해 아동 등 콕 찍어 지원
“예전엔 기부한 걸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공익신탁은 이런 기부자를 배려한 성숙한 기부문화입니다.”
연예계 대표 기부자인 배우 유동근 씨(59)는 최근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하는 ‘나라사랑 공익신탁’을 시작했다. 유 씨는 독립투사였던 친구 할아버지의 “나라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늘 생각났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했다고 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부를 결심한 유 씨는 기부금 이용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말에 ‘공익신탁’을 선택했다.
소액 기부라도 기부자가 정한 목적에 쓰이도록 설계된 공익신탁의 첫 출범식이 23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익신탁은 기부자(위탁자)가 은행이나 단체(수탁자)에 재산을 맡기고 이를 운용해 나온 수익을 장학, 구호 등 자신이 원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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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활동가인 한비야 씨도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세계시민학교 지원을 위한 신탁을 설립해 우선 본인의 인세 수입 중 일부를 맡기기로 했다. 한 씨는 “세계적으로 ‘투명한 기부’가 화두인데 한국 법무부가 멋지고 창조적인 기부 제도를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난치성 질환 어린이 치료를 위한 공익신탁’의 첫 위탁자로 이름을 올렸다. 5개 신탁 모두 40여 년 전 국내에 공익신탁을 처음 도입한 하나은행이 맡았다.
공익신탁을 통한 기부는 신탁계약 즉시 ‘나만의 재단’을 운영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지난해 3조 원대 주식을 공익신탁을 통해 기부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