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국정원 직원의 e메일 첨부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 전 원장의 2012년 대통령선거 개입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법원의 재판관 전원이 2심의 증거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의미가 있다. 항소심에서 인정된 대선 개입 유죄의 핵심 증거가 사라진 만큼, 파기환송심에서는 무죄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2심과 대법원의 판단 근거가 달라진 것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 때문이다. 2심에선 국정원 직원 김모 씨 e메일 첨부파일 ‘425지논’과 ‘시큐리티’의 내용이 조악하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데도 증거능력을 인정해 국정원이 트위터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에서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오류가 있다”며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을 무죄로 판시한 1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이 2012년 대통령선거 개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종국적인 결론은 다시 미뤄졌다. 당초 두 개의 파일을 통해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2600여 개의 트위터 계정을 추출했다가 공소장을 변경해 계정을 1100개로 줄였던 검찰 수사는 무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도 유무죄 판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묘수’를 내놨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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