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증권방송에서 특정 코스닥 상장사에 호재가 있다는 허위 정보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면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주식투자자 이모 씨(58·여)가 인터넷 증권방송 A사와 진행자 권모 씨(52)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이 씨는 2011년 1월 권 씨가 진행하는 증권방송에 월 77만 원을 내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주식종목 분석과 추천 정보를 받아왔다. 이 씨는 권 씨가 방송에서 극비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B전자에 대해 “삼성전자와 1000억 원대 계약을 체결한다” “인수합병 호재가 있어 이미 수천억 원대 세력이 주식을 800만~1000만주를 샀다”며 주식 매수를 적극 권하는 걸 보고 B사 주식을 16만8000주 샀다. 하지만 권 씨가 방송에서 호언장담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B사는 경영이 악화돼 상장 폐지됐다. 허위정보를 믿고 투자한 이 씨는 4억여 원의 손해를 봤다.
이 씨는 주식 투자 손해금과 유료회원 가입비, 위자료 등을 포함해 4억 1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A사와 권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와 권 씨가 고객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식의 위험성을 따져 신중하게 거래하지 않은 이 씨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배상청구액의 15%인 5700여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유사투자자문업체인 인터넷 증권방송이 투자자문업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고객을 보호할 의무는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