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주지에 취임한 영배스님 “신정아 사건 휘말려 한동안 야인생활… 후일 찾아온 신씨에 반성-재기 독려 젊은 불교 위해 종단 사회적 역할 중요… ‘서의현 구제’ 개혁정신 간과 아쉬움”
1일 만난 영배 스님은 “작은 행동이지만 주지가 공양하는 자리부터 아래로 바꿨다”며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자세로 통도사를 잘 꾸려 가면 그게 종단 변화의 시발점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영배 스님은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사건과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이 불거지자 2009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1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불교신문사 사장실에서 스님을 인터뷰했다. 이날은 종단의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사장으로 재임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불교신문사 사장에 이어 통도사 주지 취임, 다시 풍운아가 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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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찰 주지가 바뀔 때마다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주지 권한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선거로 뽑는 제도에 문제가 있긴 합니다. 내 편 네 편이 생기고, 돈 문제와 싸움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대중의 뜻을 모아 가급적 선거를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죠. 농담이지만 전임 주지 스님과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오늘부터 일절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통도사 화합을 위한 계획이 있습니까.
“통도사 일주문 양쪽 돌기둥에 ‘방포원정 상요청규(方袍圓頂 常要淸規) 이성동거 필수화목(異姓同居 必須和睦)’이란 구절이 있어요. 방포(가사)와 원정(둥근 머리)은 스님을 가리키는데, 스님 사는 곳엔 맑은 규율, 성 씨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엔 화목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불교가 젊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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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건은 그의 삶에서 너무나 큰 흔적이기에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의외로 담담하고 주저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건 뒤 신정아, 변양균 씨와 만난 적이 있나요.
“신정아 씨가 통도사로 내려온 적 있습니다. 그때 ‘당신은 아직 젊다. 당신 능력과 재주에 6년 정도만 투자하면 세상에서 그렇게 문제 삼는 예일대 박사 학위는 따고도 남는다. 어려움을 그렇게 극복하라’라고 말해 준 적이 있어요. 변양균 씨와는 만날 기회가 없었고요.”
―너무 ‘쿨’한데, 화도 안 났습니까.
“사람이니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없어요. 나의 업(業) 때문에 학교에 피해를 끼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게 미안할 뿐이죠. 주변에서 점 볼 줄 아는 분들이 ‘여자 조심하라’고 하길래 출가자한테 별 소리다 했더니 결국 일이 생기긴 했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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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은 출가자를 통해 부처님 법을 받아들이는데 출가자가 사람들의 신망을 잃었다면 자격이 없습니다.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야죠.”
―의현 전 총무원장의 멸빈(滅[·승려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 구제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징계 당시 부인과 아이까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절차 문제를 들어 구제하는 것은 틀렸어요. 편법이 아니라 종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1994년 종단개혁은 서의현 개인이 미워서가 아니라 종단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94년 개혁정신에 대한 존중이 아쉽습니다.”
―총무원이 이 논란을 29일 열리는 대중공사 주제의 하나로 정했는데요.
“그것도 이상합니다. 대중공사는 종단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인데 법리적 문제인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