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산업대 2009∼2013년 조사
○ 기부금 수입 감소와 양극화
교육 관련 연구단체인 대학교육연구소가 2009∼2013년 국공립대를 제외한 전국 사립대와 산업대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5419억 원이던 기부금 수입이 2013년 3792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전체 수입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8%에서 1.7%로 감소했다. 학생 1인당으로 계산했을 때는 42만 원(2009년)에서 27만 원(2013년)으로 15만 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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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체 기부금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일부 대학에 기부금이 편중되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2013년 사립대 기부금 총액(3792억 원) 중 절반이 넘는 1940억 원을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 10개 대학이 독식했다. 대학별 현황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428억여 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았고,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서강대, 아주대가 차례대로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반면 하위권에는 한 해 기부금이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15곳이었다.
이런 추세는 매년 조금씩 심화되고 있다. 상위 10개 대학이 차지하는 기부금 수입 비중은 2009년 45.3%에서 2010년 49.4%, 2011년 49.6%, 2012년 51.2%, 2013년 51.2%로 증가했다. ‘기부금 수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 사회적 인식과 경제가 좌우
연구소 측은 “우리나라는 기부금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사립대에 대한 기부금 규모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나아지지 않는 경제 불황도 대학 기부문화를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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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서는 하버드대의 기부금 수입이 화제가 됐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4년 회계를 결산한 결과 하버드대는 장학금, 부동산, 주식 등의 형태로 우리 돈으로 약 1조2583억 원의 기부금 수입을 거뒀다. 우리나라 모든 사립대 기부금을 합친 금액의 약 3배가 넘는다.
기부금이 줄어들수록 결국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대학생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기부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등록금 외에 다른 수입원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이는 등록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반값 등록금’ 요구가 터져 나오는 등 등록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대학들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올해만 해도 주요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계획했다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해당 대학을 방문하자 인상계획을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학 기부금 모집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