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비수사’의 배우 김윤석.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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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의 주인공 김윤석·유해진을 만나다
김윤석(47)과 유해진(45)은 그 이름만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화제를 뿌리고, 대부분 흥행에도 성공한다. 그 신뢰의 배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실력’에서 나온다.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제작 제이콘컴퍼니)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여아 유괴사건을 그린다. 김윤석은 신념 강한 형사 공길용, 유해진은 법대 출신의 도사 김중산 역을 각각 맡았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존 인물들이다.
■ ‘신념 강한 형사 공길용’ 김윤석
꼭 만들어져야 할 영화인지가 선택 기준
‘극비수사’ 주인공 손해보고 살지만 행복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지난해 3월, 김윤석이 ‘극비수사’ 시나리오를 읽고 받은 첫 느낌이다. 고민하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양념을 치지않고 밀고나가는, 마치 정통파 같은 이야기”라는 믿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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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에서 엿보이는 김윤석의 모습은 ‘신념’이란 단어와 가장 어울린다. 그가 연기한 형사 공길용은 동료 경찰의 견제와 시기 아래,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로 돌진한다. 인간미는 강하지만 성공 운은 없다. 이야기 말미 부당한 상황을 참아내는 공길용을 표현한 김윤석의 얼굴은, 이 영화를 통틀어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배우라고 해서 부당한 상황이 비껴가지 않는다. 나도 겪었던 경험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손해보고 살지만 참 행복하다. 그 정겨운 모습이 뭉클하지 않나.”
‘극비수사’에는 유독 김윤석의 얼굴 클로즈업이 많다. 곽경택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주인공의 마음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했고, 김윤석도 이에 공감했다. 곽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윤석은 “유능한 현장 지휘자”라고 곽 감독을 칭했다.
“모든 스태프의 얼굴을 작은 컬러 사진으로 촬영해 이름을 써넣은 명단을 늘 갖고 다닌다. 막내까지 이름을 부른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연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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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강동원과 함께 한 ‘검은 사제들’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영화 고를 때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비슷한 수준으로 조금씩 파먹고 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기준은 있다. 흥행되든 아니든, 꼭 만들어져야 할 영화인지 본다. 주, 조연을 나누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얼마 전 영화 ‘위플래쉬’로부터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거두절미하고 재즈 드러머의 이야기에 모든 삶의 모습을 담았다. 그걸 만든 감독은 불과 30대 초반이다. 스승을 연기한 배우 JK시몬스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는데, 그 상은 전부 조연상이었다. 모두가 나에게는 자극이다.”
온통 영화와 연기에 빠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생인 두 딸에게 자상한 아빠다. “가정 있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나도 그렇다”며 “동네 마트에 장 보러 가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요리 실력을 묻자 ‘못 한다’는 대답대신 “어느 정도”라고 답했다. 여유로운 웃음 뒤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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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없이 지내는 몇 안 되는 배우”
김윤석과 유해진은 서로를 각별하게 여기는 선후배 사이다. 또한 둘도 없는 ‘술친구’ 사이다.
2006년 ‘타짜’와 2009년 ‘전우치’, 지난해 ‘타짜:신의 손’까지 함께 출연한 영화가 이미 세 편이지만, 희한하게도 서로 마주치거나 대사를 주고받은 장면은 거의 없었다. 두 배우가 제대로 만나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는 ‘극비수사’가 처음이다.
아직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앞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모아지는 평가는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김윤석과 유해진의 협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10년 가까이 두 사람이 나눠온 신뢰의 힘이다.
서울 구기동의 ‘동네주민’이기도 한 둘은 편안하게 자주 술잔을 기울인다. 김윤석은 “허물없이 지내는 몇 안 되는 배우가 유해진”이라며 “이미 결론이 알려진 실화를 그린 이번 영화가 관객을 잡아둘 수 있다면, 그건 우리 ‘참바다’ 씨의 힘”이라고 했다. ‘참바다’는 유해진이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얻은 별명으로, 김윤석도 즐겨 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