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의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됐다. 이 병원 응급실의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위험 기간이 끝나는 24일까지 외래 입원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에 이어 이 병원 다른 의사 감염자도 추가 확인됐다. 어제 이 병원 송재훈 원장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메르스 확진자 145명 중 삼성병원에서 감염된 사람은 72명이다. ‘슈퍼 전파자’가 된 14번 환자가 지난달 27일 응급실을 찾은 이래 일등주의 삼성의 병원이 ‘2차 유행’의 관문으로 전락했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뒤 9일간 더 근무했고 그가 직접 이송한 사람만 76명에 이른다. 의사인 138번 환자의 경우 14번 환자와 같은 응급실에 있었는데도 애당초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 그가 진료를 계속하는 동안 노출된 사람이 몇 명인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삼성병원은 잘못을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여러 번 놓쳤다. 첫 메르스 환자를 확진한 병원인데도 14번 환자에 대한 안이한 대처로 이 환자의 응급실 밖 동선을 통제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14번 환자의 확진 이후, 보건 당국에 격리자 정보를 늦게 제공하면서 닷새 동안 시간을 허송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 다녀간 환자의 보호자와 문병객들이 누락된 탓에 이들은 다른 병원을 옮겨 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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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은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을 보였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폭탄 역할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삼성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국가방역망에서 열외였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자만심과 허술한 메르스 대처가 자초한 치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