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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야구장에 부는 진영 논리

입력 | 2015-06-10 03:00:00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몇 번이나 일정이 중단됐을까. 매년 비로 30경기는 취소됐을 테니 34년간 약 1000경기? 그러고 보니 야구는 비가 그 어떤 외부 변수보다 강력한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는 질문의 의도를 벗어난 답일 테고…. ‘걸어 다니는 야구 사전’으로 불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에게 물어봤다. 일곱 차례란다. 생각보다는 적다.

다섯 번은 야구 드림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정규시즌을 잠시 쉬었다.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없는 일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때는 야구가 종목에 포함되지도 않았지만 국가 대사란 이름 아래 일정을 중단했다. 동시간대에 경기가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전이 열린 6일간을 쉬었다.

이 밖에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래된 연감들을 뒤져 보니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여서 포스트시즌을 한참 있다 여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박찬호가 이끄는 원조 드림팀이 결성된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는 12월에 열렸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연기된 것은,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날 장대비가 내렸다.

그러고 보면 우리 프로야구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꽤 노력해 왔다. 초대형 재난사고가 났을 때도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돌려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는 치어리더와 앰프를 이용한 단체응원을 55일간 금지해 일부 논란이 일긴 했어도 경기는 쉬지 않았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일부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체온측정기와 손 세정기 등을 설치하고 야구장 문을 열었다.

미국은 제1, 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1918∼19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 때 자국민 2500만 명이 감염돼 60만 명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리그를 강행했다. 2001년 9·11 테러 때 며칠 경기를 중단한 게 전부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개막을 2주 정도 늦춘 게 전부라는 게 ‘일본통’이기도 한 정 부장의 설명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야구장을 강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다. 마스크를 쓴 관중이 하나둘 보이더니 중부권 관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처음 맞이한 10구단 체제에서 목표인 800만 관중 신기록도 좋지만 안전을 위해 리그를 중단하거나 경기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9일 오후 늦게 끝난 프로야구 이사회에선 일단 중단 없이 리그를 계속하기로 했다. 앞으로 메르스 확산 여부에 따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좋다. 정치권의 진영 논리에 좌우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 결정은 오로지 의료 전문가와 야구 전문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