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제왕’ 폴슨 4억달러 기부… 제프리 색스, 무분별한 모금 비난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5일 일간지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모교인 하버드대의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3일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의 4억 달러 기부를 발표하고 공대 이름도 ‘하버드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로 바꿨다. 색스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그 돈이 어떤 돈인 줄 알고 받았느냐”는 것.
색스 교수는 “폴슨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아바커스’라는 헤지펀드 상품을 설계한 뒤 상품이 망하는 쪽에 역투자해 무려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나 되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이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그대로 폴슨 회장의 수익이 됐다는 것. 그 대표적 피해자가 1억5000만 달러를 날리고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까지 받은 IKB 은행이다. 색스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학교 이름이라도 제대로 불러 주는 것이다. ‘하버드 IKB 공대’라고 부르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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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매체 마켓워치 등에선 ‘하버드대 기부금이 심화시키는 불평등의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같은 최고 명문대로 기부금이 몰리면서 중소 규모 대학의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