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이달 초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취재해 응한 중소기업 사장 A 씨의 말이다. 글로 표현해 그렇지 그의 반응은 훨씬 격했다. A 씨가 운영하는 기업은 한국 외에 미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A 씨는 “노동계나 야권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며 “현 상황에서도 국내 공장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인건비를 더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의 말이 새삼 떠오른 것은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워런 버핏 때문이었다. 그는 22일(현지 시간)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모든 직종이 시간당 최소 15달러를 받기를 희망할 수는 있겠지만 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그렇게 된다면 기초적 기술만 갖고 있는 많은 노동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현재 시간당 9달러인 법정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의결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모두 7%대였던 국내에서 노동계와 야당은 급기야 1만 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꺼번에 시급을 2배 가까이로 올리자는 것이다.
A 씨는 “기업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강하게 말을 하는 이들이 없다”면서 “나중에 후세들을 위해서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푸념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4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다.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표퓰리즘’의 유혹에 유독 약한 국내 정치인들이라지만 버핏의 말은 꼭 한 번쯤 되새겨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