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업체에서 근무하다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명문대 교수 3명 등 6명이 미 법무부에 의해 ‘첨단 기술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5월 인민해방군 장교 5명의 미국 기업 해킹 혐의 기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국간 ‘스파이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중국 차이징왕(財經網) 등에 따르면 톈진(天津)대 장하오(張浩·36) 교수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18일 장 교수와 톈진대의 팡웨이(龐偉·35) 천진핑(陳錦屛·41) 교수 그리고 3명의 장 교수 업체 관계자 등 6명을 기소하고 32쪽 분량의 기소장을 공개했다. 법무부 측은 “기소된 중국인 6명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불법으로 취득하고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 기업의 비밀을 중국 정부에 넘겼다”고 강조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2006년 졸업한 장 교수와 팡 교수는 각각 매사추세츠 워번의 스카이웍스 솔루션와 콜로라도 포트 콜린스의 에이바고 테크놀로지에 취업했다. 이들 미국 기업들은 스마트폰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에 사용하는 FBAR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다. FBAR은 휴대전화에서 원하는 주파수만 채택하고 나머지 주파수는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들은 나중에 중국에서 함께 회사를 차리기로 뜻을 모으고 그들이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세울 대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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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톈진대에서 자신들이 빼낸 ‘FBAR’이라는 ‘무선 신호 선별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 특허도 출원했지만 노출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신청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에이바고는 2011년 가을 특허 신청을 보고 자신들의 기술이 도난당한 것을 발견했다. 앞서 팡 교수의 옛 상사인 리치 루비가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팡 교수의 연구실에 들려 기술이 도난된 것을 발견하고 따지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기술 절도’ 및 회사 설립 과정에 정부와 대학 측이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2008년 톈진대 교직원과 교육부 관리들이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 교수 등과 만나 상의한 뒤 톈진대에 관련 회사와 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톈진대가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장비는 무선 신호 중에서 수용자가 선택한 것만 선별해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군사용으로도 사용된다. 실제로 톈진대에 세워진 ‘ROFS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 생산된 기기는 민간업체 뿐 아니라 군부대에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바고의 경우 관련 기술 개발에 20년간 5000만 달러(약 500억 원)이 투입됐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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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