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내렸다. 이는 △세수 목표치 달성 △추가 금리인하 △구조개혁 목표 달성 등 현실화하기 힘든 상황을 전제로 한 전망이어서 사실상 2%대 성장을 예고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저성장 상황에서 낮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경고음이 본격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 수출부진에 발목 잡힌 한국
KDI는 20일 내놓은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전망치(3.5%)보다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수출 부진, 취업자 증가폭 둔화, 가계부채 증가, 신흥시장 경기 둔화, 그리스 채무불이행 가능성 등 대내외 상황이 모두 부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KDI는 저금리, 유가하락, 주택시장 개선 등 요인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내수 부문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저금리와 유가하락으로 실질구매력이 개선되고 건설투자도 점차 개선된다는 것이다.
●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
문제는 이번에 하향 조정한 3.0% 성장률도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KDI는 이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추가 금리 인하 △성공적인 구조개혁 △세수 목표치 달성의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충족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이미 1%대에 진입한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는 쉽지 않다. 연금, 노동, 금융, 교육 등 구조개혁 과제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세수 결손액이 7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수 목표치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KDI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이번 전망에는 상당한 정도의 하방위험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3.0%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한국만 뒤쳐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