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사드논란]
이 때문에 케리 장관이 출국 직전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 앞에서 사드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배치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케리 장관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은 사드 한국 배치를 결정하고 시기와 장소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국방부는 19일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국도 같은 방침이라고 해명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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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NO’로 불리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오히려 사드 논란을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주한미군과 한국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가 절실한데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 눈치를 보는 모양새를 반복해 스스로 입지를 좁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시험 등 북핵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미국이 더는 두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의 사드와 관련한 모호한 태도가 동맹의 ‘불협화음’으로 비치고 중국과 북한이 이를 외교적 공세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케리 장관의 사드 언급은 ‘한국이 사드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계산된 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역내에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의 적극 동참을 끌어내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케리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사드 문제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공식 논의될 경우 올해 안으로 한국이 부지를 제공하고 미국이 1개 포대를 배치하는 방안이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 사전 작업으로 이달 말 싱가포르의 ‘아시아 안보대화’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 측이 사드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거론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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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이 운용 중인 사드 체계는 4개 포대다. 2009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해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 기지와 괌 앤더슨 기지에 잇달아 배치했다. 미국은 올해 말까지 포트블리스 기지에 1개 포대를 추가 배치하는 한편 2017년까지 추가로 2개 포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이외에 사드 도입을 확정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2개국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