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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종시 비효율 초래한 국회, 分院 얘기 꺼낼 자격 없다

입력 | 2015-05-18 00:00:00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 불려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지만 행정의 비효율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 분원(分院)을 세종시에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 일부를 쪼개 세종시로 보내자는 얘기다. 국회 사무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문가 중에도 일부 찬성하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분원 설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2012년부터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기 시작해 지금은 외교 통일 법무 국방 행정자치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만 서울에 남고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나머지 정부 부처들은 거의 모두 세종시로 간 상태다. 외견상으로 세종시가 행정의 중심 도시가 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 데다 일하는 방식은 종전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 업무의 비효율과 공무원들의 시간 낭비는 당연한 귀결이다.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이 많아지면서 ‘길 국장’ ‘길 과장’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국회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임시국회와 정기국회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시로 열리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이유로 장관을 자주 호출한다. 국장 과장 같은 간부들까지 연일 국회를 드나들어야 한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장차관과 부처 간부들이 온종일 대기만 하다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분원을 만든다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일 수 있겠지만 국회 출석과 대기를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는 여전할 것이다. 분원 운영을 위한 국회 사무처 인력과 공간의 배치, 국회의원 보좌진의 이동으로 인한 예산 낭비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원 설치가 아니라 국회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장관을 부르지 말고 서면 보고로 대체하면 된다. 국회와 세종시 사이에 구축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특권과 권위의식만 버리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왜 이런 쉬운 길을 놔두고 자꾸 다른 길을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