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보트(32)가 10일 프로야구 잠실 경기에서 2이닝 만에 퇴장 당하기 전부터 그랬다. 한화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구원 투수가 선발 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팀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선발 투수가 14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불펜 투수는 이보다 1이닝을 더 많이 던졌다. 탈보트가 2이닝밖에 책임지지 못하면서 차이는 5이닝으로 벌어졌다.
이 차이의 주역들은 ‘송정권(송창식-박정진-권혁)’ 트리오다. 이 중 ‘현대 야구’에서 가장 보기 드문 형태로 등판하고 있는 투수는 권혁(32)이다. 경기 마지막에 등판하는 불펜 투수인 권혁이 규정 이닝을 채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권혁은 올해 3월 두 경기를 포함해 4월 한 달 동안 총 401구를 던졌다. 구원 투수가 3, 4월에 400구 이상 던진 건 2005년 SK 위재영(43)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권혁은 자신에 대해 혹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원 없이 던지는 게 소원이었다”고 말한다. 권혁은 5월에도 127개를 더 던져 올 시즌 총 투구 수 528개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25.1개를 던지고 있어 한 경기만 더 나오면 지난해(553개) 자신의 전체 투구 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지난주 2패를 당한 게 무리한 등판 때문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김성근 한화 감독 역시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김 감독은 “(원래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던) 윤규진(31)이 올라와야 한다”면서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윤규진은 10일 경기 전 잠실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