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펌프, 생각을 열다/대니얼 데닛 지음·노승영 옮김/592쪽·2만2000원·동아시아
1953년 4월 25일 자 네이처지에 실린 이 논문의 분량은 A4용지 한 장에 불과하다. 복잡한 수식 하나 없이 이중나선 구조를 보여주는 간단한 삽화와 깔끔하게 정리된 글이 전부다. 심오한 지식은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한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크릭과 왓슨의 간명함을 절대 신봉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는 책 곳곳에서 전문가들의 지적 기만을 질타하고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 지식 추구를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자신의 수업시간에도 명망 있는 학자를 초빙한 뒤 대학원생이나 동료 학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오로지 학부생들과 끝장 토론을 벌이는 식이다. 그는 서문에서 “나는 똑똑한 학부생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지 못하면 실은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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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