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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사회적경제기본법의 독소

입력 | 2015-04-23 03:00:00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저서 ‘치명적 자만’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는 족제비 같은 말(weasel word)’이라고 썼다. 족제비가 알의 겉은 남겨두고 속의 내용물만 빨아먹는 것처럼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수식하는 명사는 멀쩡하지만 내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정치권 일각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해 권혁철 박사는 “사회적이란 말이 수식하는 경제는 사라지고 정치가 대신하면서 사회주의적 통제경제의 변형이 되거나 관치경제의 부활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조직을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해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사회적경제란 협력과 연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지만 선진국에서도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이 법이 제정되면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과 개인의 자유에 개입해 인위적 자원배분을 하는 일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우호적인 집단에 특혜를 줄 수도 있다. 차기환 변호사는 “위원회나 연구원의 설립, 공무원과 준공무원의 확대, 정치인의 예산분배 영향력 확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조직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운동권 세력의 생계유지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나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사업을 하는 척하는 사람이 이뤄놓은 좋은 일을 결코 많이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와 신 의원이 다음 달 6일 회기가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여당 안에서도 비판이 만만찮다. 논란 많은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내가 원내대표이므로 당의 의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라는 말도 들린다. 수많은 독소조항을 내포하고 나라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법을 이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