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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의 시사讀說]두 인양, 세월호와 콩코르디아호

입력 | 2015-04-23 03:00:00


송평인 논설위원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인양한 선박은 2012년 이탈리아 질리오 섬 해안에서 좌초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로 기록됐다. 10억 유로(약 1조1615억 원)가 들었다. 예인과 폐선 비용을 빼고 인양 비용만 그렇다. 그러나 누구도 이 인양 작업에 대해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비용을 선주가 댔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경우 인양 비용은 전액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국가가 지금까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 등에 쓴 비용이 1800억 원인 반면 현재 법무부가 동결한 세월호 선주 유병언 씨 일가의 재산은 겨우 1282억 원이다. 1282억 원을 전액 환수한다 해도 이미 쓴 비용 1800억 원도 회수하지 못한다.



선주의 돈, 국민의 돈


콩코르디아호의 인양 비용은 5억 유로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2배까지 늘었다. 정부는 어제 세월호 인양에 1000억∼1500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 앞서 2000억 원 얘기가 흘러 나왔기 때문에 1500억 원은 마사지한 느낌이 드는 숫자다. 어찌됐건 남은 9명의 실종자를 수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앞서 295명의 실종자를 수습하는 데 든 비용을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유해를 수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있는가. 콩코르디아호는 섬에 인접한 낮고 잔잔한 바다에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반쯤 잠겨 있다가 1년 8개월 만에 인양됐는데도 최종 남은 실종자 2명 중 1명의 일부 유해만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세월호는 붕괴가 진행 중인 채로 조류가 거센 바다 한가운데 잠겨 있다. 인양 작업이 계획대로 된다 해도 침몰로부터 2년 반쯤 지난 시점에 인양이 이뤄진다. 인양 자체의 기술적 불확실성도 크지만 인양 시점에 어떤 유해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건 온정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온정이 필요할 때와 냉정을 찾아야 할 때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탈무드에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세상을 구한 것’이란 말이 있다.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한 생명이라도 온 세상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지금 냉정한 말을 하고 있는 나를 포함해 모두 세월호 침몰 직후에는 배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려낼 수 있다면 1500억 원이 아니라 15조 원을 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맹골수도의 위험한 인양 환경을 고려하면 인양을 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희생을 막는 길이다.



중립성 잃은 인양결정

콩코르디아호는 유해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섬 바로 옆에 물 밖으로 우현을 드러내고 기울어진 거대한 배를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1조 원을 넘게 들여서도 인양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는 인양하면 좋지만 꼭 인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인양 비용을 누가 대느냐, 인양의 목적은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 인양 결정에 앞서 인양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전문가 집단의 중립적 결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례적이었다. 박인용 국가안전처 장관은 세금 1500억 원 쓰는 일을 마치 커피 값 1500원 결제하는 일처럼 물은 시중의 여론조사 결과로, 당초 약속한 공론 수렴 과정을 대체했다. ‘1500억 원+α’는 세월호 인양 비용이라기보다는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그 결정을 국민 설득을 통해 밀고 나갈 능력도 없는 무능한 정부의 생존비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