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 유학을 통해 성장한 미우라는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일본 축구의 간판스타였다. A매치 89경기에 출전해 일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55골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했고 브라질, 호주, 일본 등 4개국 클럽에서 활약했다. 그는 A매치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비장한 표정으로 따라 불렀다. ‘축구 한일전쟁’을 지켜보는 한국 팬들에게 그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미우라가 아닌 ‘미워라’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미우라는 5일 이와타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번째 골을 넣었다. 지난해 한 골도 넣지 못했던 그였기에 언론도 주목했다. 그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운 것은 ‘야구 영웅’ 재일교포 장훈 씨의 발언이었다. 스포츠 평론가인 장훈 씨는 방송에서 “이제 그만두라. J2리그는 야구의 2군인데 거기서 골을 넣는다고 화제가 될 수는 없다. 그 경력이면 이제 지도자로 나서야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장훈 씨의 발언은 역풍을 맞았다. 다른 종목 출신 선수가 일본 축구의 전설을 모욕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작 미우라는 “더 열심히 뛰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분에게 내 존재가 알려진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받아 넘겼다.
▷미우라는 올해 초 방송에서 “언제까지 선수를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60세이든 65세이든 계속 활동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해외에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자에 대해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안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장훈 씨의 얘기대로 미우라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모른다. 구단도 그의 ‘실력’보다 ‘상품성’을 노리고 계약을 연장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단한 건 맞다.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48세 필드 플레이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오정(45세 정년퇴직)과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놈)라는 자조 섞인 말이 판치는 한국에서는 더 부러울 따름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