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작가 크루스비예가스 전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설치작품 ‘자가해체8: 신병(神病)’(부분). 스티로폼 조각, 이 빠진 싸리비, 터진 파이프, 깨진 유리문 등 분명 쓰레기처리장에 있어야 할 물건들을 돌려세워 묘한 이야기를 짜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아트선재의 여느 때 전시처럼 공간 구성은 불친절하며 매끄럽지 않다. 3층의 ‘작품’은 리모델링 계획 중인 기존 내부 공간 미장을 뜯어내 뼈대를 드러낸 ‘공간’ 자체다. 한구석에 놓인 모니터에서 작가의 부모 집에 얽힌 기억을 담은 스틸 이미지 편집 영상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 어디선가 한껏 볼륨을 높인 음악 소리가 들린다. 울려오는 곳을 더듬어 찾아가니 다른 전시 때는 존재를 눈치 챌 수 없었던 뒤편 골방이 나타난다. 20년 전 건물이 세워진 뒤 일반 관객의 시선과는 좀처럼 마주칠 일 없었을 커다란 창문과 바깥 풍경이 다가든다. 지구 반대편 고향을 생각하며 공간을 비운 작가는 이곳을 찾는 이가 과거에 경험한 어떤 시선을 찾아내 선사한다.
2층에는 ‘쓰레기’를 쌓았다. 지난해 전시 종료 후 남은 폐기물, 서울 재개발지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폐자재가 ‘작품 재료’다. 녹슨 시계 판, 한 짝만 남은 구닥다리 피겨스케이트, 넝마처럼 해진 농구공, 문고리 떨어진 나무 문짝, 이 빠진 사기그릇, 빈 박카스 병, 폐타이어, 다 태우고 꺼낸 창백한 연탄재 덩어리, 우산살, 부서진 기타, 엉클어진 수세미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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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