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소비자경제부
파격할인을 내세운 대형마트의 행사상품 상당수가 행사 후에도 같은 가격에 팔리거나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는 보도에 대해 많은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개했다. 그런데 일부는 “원래 그런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면에는 ‘기업의 마케팅으로서 이해한다’는 생각과 ‘원래부터 대형마트를 믿지 않았다’는 불신이 섞여 있었다.
대형마트들은 “일부 실수가 있었을 수 있지만 소비자를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할인행사 상품으로 싸게 들여온 상품을 행사가 끝났다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항변도 들렸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그런 항변이 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다. 대형마트가 스스로 공표한 행사기간이 지났는데도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구태여 ‘할인할 때 좀 더 살’ 이유가 없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어떤 파격할인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소비자와 유통업체 모두에 좋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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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정확한 가격을 모른다는 사실을 전제로 눈속임을 하다가 쇠락한 대표적인 곳이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동대문 의류시장이다. 중학생 시절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동대문시장에 트레이닝복을 사러 간 적이 있다. 나를 붙잡은 점원은 “여기가 제일 싸, 지금 아니면 못 사. 날 믿어. 만약에 내 말이 뻥이면 내가 너한테 따귀를 맞을게”라고 했다. 며칠 뒤 내가 산 옷이 제일 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점원의 따귀를 때리러 가지는 않았다. 물론 그곳에 다시는 가지도 않았다. 소비자의 불신이 쌓이면 시장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과거엔 무너지는 기간이 10년이었다면 인터넷 발달로 지금은 1년도 채 안 걸릴 것이다.
본보 보도 이후 기사의 배후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단언컨대 그런 건 없다. 다만 어머니는 종종 말씀하셨다. “마트에 갈 때마다 특별 할인행사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이 이상해.” 어머니는 평범한 소비자다. 대형마트의 ‘특가 할인’과 ‘1+1’ 판매에 손길을 한 번 더 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한우신·소비자경제부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