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막장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원천이 일본의 히루메로(ひるメロ·‘낮’을 뜻하는 ‘히루’와 ‘멜로’를 합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1960년대 무렵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주부 시청자 대상 오후 1~2시 시간대 드라마를 가리킨다. 진득한 성인 취향 멜로물이나 홈드라마가 많고 일부는 그 ‘막장력’이 상상 이상이다.
그 중에서 한국 누리꾼 사이에서 ‘일본 막장드라마의 대표주자’로 회자되는 드라마가 바로 2011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사쿠라 신쥬(心中·동반자살, 운명을 함께 한다는 뜻)’다. 한국에서 활동했던 일본 배우 유민이 주연이다.
사쿠라 신쥬.
광고 로드중
여기까지가 대략 10회 정도의 줄거리다. 사쿠라코는 드라마에서 세 번 결혼한다. 쿠시야마 집안의 아들→첫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친남매인 히로토다. 총 63부작 동안 드라마는 사쿠라코가 히로토 사이에서 낳은 딸 사쿠라와 첫 번째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 즉 사쿠라코의 의붓아들 간의 사랑까지 그린다.
근친, 불륜, 출생의 비밀, 거기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은 황당한 전개까지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공통점이 상당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옛 양조장 풍경을 묘사하는 것도 한국 무속신앙이 자주 등장하는 ‘임성한 표 드라마’나 한복집을 배경으로 한 ‘왔다, 장보리!’를 연상시킨다.
다만 ‘막드’가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히루메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시청률 하락 때문이라는데 한국의 막드가 일본에 꾸준히 수출되는 걸 보면 수요는 여전히 있는 듯 하다. 히루메로의 자리를 한국 드라마가 대체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