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이메일까지 공공 자산으로 보는 미국 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2016년 미 대선 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공화당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 전 주지사가 재직 시절(1997~2007년) 작성한 약 55만 건의 이메일 중 지난달 일반에 공개한 약 28만 건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개인 이메일 계정(jeb@jeb.org)으로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가령 2001년 9.11 테러 직후 플로리다 주방위군 중 일부를 원자력발전소에 배치해 추가 테러에 대비할지 등에 대한 의견을 참모들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것.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서버를 둔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파동이 터지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던 부시 전 주지사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클린턴 전 장관 측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문제가 되자 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작전”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 측이 언론을 통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관련 법을 준수했고 클린턴 전 장관의 문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이메일을) 일반에 공개한 만큼 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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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적 기록의 투명한 보존을 중시하는 미 사회의 기록 문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법체계는 아직 공직자의 이메일은 개인 자산으로 보고 있는데다, 실제로 한국의 장·차관들은 부처 이메일 외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미 관계에 밝은 한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공적 기록과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 지를 놓고 한국 사회에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