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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안전불감 탓에 꽃다운 아이들이…

입력 | 2015-03-02 03:00:00

음주 학원강사 몰던 승합차 전복… 남원 고교생 1명 숨지고 7명 부상
보은선 놀이기구 안전고리 안채워 초등생 1명 20m 아래로 추락 사망




“어이없는 어른들 잘못으로 희생된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1일 오전 8시 반 전북 남원의 한 고교. 이모 군(16·고2)의 장례 차량이 교내에 들어와 머물다 나갔다. 이 군의 친구들은 연신 눈물만 닦았다. 방모 교장(62)은 “이 군은 성실한 학생이었는데 어른의 음주운전에 희생됐다. 2일 개학을 해봐야 학생들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지난달 27일 오후 1시부터 자신이 다니던 학원의 강사 3명, 학원생 20여 명과 함께 남원시 주천면 야외에서 족구 등 운동을 했다. 이 군 등은 오후 6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학원 강사 고모 씨(41)의 9인승 승합차에 올라탔다.

고 씨가 몰던 승합차는 5분 정도 도로를 달리다 주천면 S호텔 인근 커브 길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70m 정도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이 군이 튕겨 나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승합차에 탔던 이들 가운데 고교생 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남원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해 학생 1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해운전치사상)로 고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 씨는 경찰 조사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112%의 만취상태에서 운전했다.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족구 등을 하고 있을 때 한쪽 구석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캔 맥주를 마셨고 몇 캔을 마셨는지는 모르겠다. 사고 지점에서 안전하게 운행 하려고 했는데 사고가 났다”며 후회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 1명으로부터 “고 씨가 술을 마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승합차에 올라탔다. 운전 도중 술 냄새가 약간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 학생 8명 중 상당수는 고 씨가 음주운전 중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보은에서는 어른들의 부주의로 놀이기구를 타던 초등생이 추락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35분경 보은군 보은읍의 한 놀이공원에서 일명 ‘집라인’을 타던 A 군(12)이 출발 직후 2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A 군은 청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단체로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 안전요원이 와이어와 A 군의 몸을 연결하는 안전장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시켰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와이어와 몸을 연결하는 두 개의 고리가 있는데 두 개가 모두 제대로 연결이 안 된 채 출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 안전요원 박모 씨(23)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 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집와이어는 보통 15∼20m 높이의 지주대 두 개를 세워 양쪽을 와이어로 연결한 뒤 트롤리(trolley·작은 쇠바퀴)를 이용해 하강하며 스릴을 즐기는 놀이기구다. 이 놀이공원 집와이어 길이는 260m로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와이어 높이 차는 10m다. 사고가 난 놀이공원은 보은군이 소도읍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2012년 4월 개장했으며 민간업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남원=이형주 peneye09@donga.com / 보은=장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