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3·1절 기념사]2015년 기념사 어떻게 달라졌나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9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한일은 미래 50년 동반자로 새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역사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자 희망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고 ‘실용’을 강조한 것과 대조됐다.
지난해 3·1절 기념사는 한결 강경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부정할수록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상처는 당연히 치유받아야 한다”고 구체 사안에 대해 처음 발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시도까지 정면 비판했다. 3·1절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처음으로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등 국제 공론화 작업도 병행했다.
지난달 초 일본 아베 정권의 미국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비판하며 미국 역사학자 19명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5월에 있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과 8월에 나올 ‘아베 담화’에서 과거사를 얼버무려선 안 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하지만 3·1절 기념사 중 처음으로 한일 간 교역량과 인적 교류 현황을 열거하며 “1965년 수교 이래 양국이 쌓아 온 교류 협력 성과는 놀랍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이라는 우호적 표현도 처음 썼다.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태도가 비교적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가시가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처럼 직접 아베 정권을 겨냥한 발언을 피했지만 역사 인식에 관해 일본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태도를 다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도 “전체적인 어조가 억제됐고 요구를 강화하는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