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예금 금리 0.25%P 내려
중국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글로벌 통화 전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약 20개국이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가 걱정되는 한국은행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 중국도 글로벌 통화 전쟁에 참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1일부터 금융기관의 위안화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린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대출 금리는 5.35%, 예금 금리는 2.50%로 내렸다.
경고등은 여러 곳에서 켜졌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4년 만에 최저치인 7.4%였다. 올해는 7%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8%로 2009년 11월 이후 최저였고, 전국 10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지난달에 4% 가까이 하락했다. 1월 수출과 수입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2%, 19.7% 줄었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통화 전쟁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올 들어 스위스 인도 덴마크 캐나다 러시아 호주 등 주요국들은 일제히 기준금리를 내렸다.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온 미국을 제외하면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중앙은행들의 비슷한 정책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런민대 금융증권연구소 자오시쥔(趙錫軍) 부소장은 “주요국들의 통화 완화 정책에 중국이 대응하지 않으면 위안화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이자율 추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 가계빚 늘어나는데… 고민 늘어나는 정부
주요국의 이런 흐름은 안 그래도 경기 둔화와 저물가로 골치 아픈 한국 정부에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경쟁국이 금리 인하를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면 원화는 자동으로 절상돼 한국의 수출기업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2010년 27.4%까지 올랐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에 0.5%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경제 구조개혁이라는 중장기적인 정책도 필요하지만 단기적인 경기 대응도 같이 해야 한다”며 “경제의 주름살이 너무 커지는 만큼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환율 문제를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는 만큼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유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