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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연습경기도 중계… 한국도 이런 날이

입력 | 2015-02-26 03:00:00

10년전 日팬들 스프링캠프 관심에 문화적 충격일 만큼 놀랐었는데…
2015년은 KBO-넥센이 생중계… 팬 성원에 황금기 맞은 프로야구
선수들 자만 말고 더 열심히 뛰길




프로야구 넥센은 웹사이트 아프리카TV를 통해 연습 경기를 자체 중계하고 있다. 넥센 제공

# 2005년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저녁에 숙소에서 TV를 보는데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전지훈련 기간이었으니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었고, 시범경기도 아니었다. 그냥 조촐하게 치르는 연습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정규시즌 수준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볼만했다. 일본이 야구의 나라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 2005년에 개봉한 ‘날 미치게 하는 남자’(원제 ‘Fever Pitch’)란 영화가 있다. 예뻤던 드루 배리모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남자 주인공이다. 야구광인 남자는 평소에는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야구,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관련된 일에는 180도 돌변한다. 그의 이중생활은 여자친구 몰래 간 스프링캠프에서 미친 듯이 응원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들통이 났다. 미국 팬들은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간다는 게 생소했다.

그때부터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강산은 변했고, 한국 야구도 놀랍게 발전했다. 10년 전 남의 나라 얘기가 그대로 우리 얘기가 됐다.

먼저 야구 중계. 겨우내 야구에 굶주려 있던 팬들은 2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연습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인터넷TV(IPTV) 채널인 SPOTV가 이 경기를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한화 신인 김민우가 2이닝 무실점한 것을 보도를 통해 알았겠지만 지금은 많은 팬들이 그의 구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SPOTV는 3월 3일까지 오키나와와 미야자키,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연습경기들을 SPOTV와 SPOTV2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인터넷TV가 없는 팬들도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22일 경기의 유튜브 접속자는 1만 명이 넘었다.

넥센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를 통해 아예 팀이 치르는 모든 연습경기를 자체 중계한다. 카메라 1대에 구단 직원들이 캐스터를 맡는 조촐한 형식이지만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충분하다. 넥센 자체 중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주요 선수들이 객원 해설자로 나선다는 것. 25일 열린 넥센-KIA전은 SPOTV와 넥센의 자체 중계 등 두 곳에서 생중계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를 직접 찾는 팬도 적지 않다. 대부분 팀들이 스프링캠프 참관단을 모집해 팬들과 선수들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고 있다. 삼성의 괌 1차 캠프 참관단에 참가한 팬들은 이승엽 김상수 등 스타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기회도 얻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거액을 버는 선수가 쏟아져 나오고 새 구장이 속속 문을 여는 등 여러모로 한국 야구가 황금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기는 가장 좋을 때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 540만 명이었던 관중은 2005년 233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호황에 취해 자만했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였다.

야구계에는 “올라가긴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격언이 있다. 팬들이 야구에 쏟는 사랑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지만 팬심(心)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은 선수들 하기 나름이다. ―오키나와에서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