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요즘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늘 셀카봉이 있다. 부산의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 앞에도, 서울의 북촌 서촌 인사동에도, 박물관 미술관에도 여기저기 셀카봉이 솟구쳐 오른다.
무엇 하나 인기를 끌면 폭발하듯 대세를 장악해버리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네 최근 풍조다. 유행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빠르다. 국제시장 꽃분이네가 인기 코스로 부상해 많은 이들이 그 앞 포토존에서 열심히 셀카봉을 들어올리는 것도, 사람들이 몰리자 건물주가 임대료 올려달라고 해서 가게 주인이 장사를 접어야 할 뻔했던 것도,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가게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러자 이번엔 그 옆집 가게 주인이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까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반전이 모두 순식간에 벌어졌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은 으레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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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과 북촌 일대는 지겨울 정도로 골목까지 카페가 파고들고 있다. 며칠에 하나씩 주택 담장이 헐리고 멋진 카페가 문을 연다.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와 차를 마시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카페가 득세하면서 임대료는 올라가고 돈이 부족한 원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있다. 객이 와서 주인을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나친 관심, 지나친 관광이 국제시장 꽃분이네를 위기에 빠뜨렸고 북촌과 서촌의 원주민들을 떠나가게 한다는 역설. 안타깝게도 엄연한 현실이다.
셀카봉은 분명 매력적인 물건이다. 나에 대한 지극한 관심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이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한쪽 팔을 쭉 뻗어 아득바득 나를 찍다 보면 내 모습이 왜곡되기 일쑤다. 하지만 셀카봉을 이용하면, 좀 더 먼 거리에서 안정적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만들어준다. 동시에 주변 배경까지 담아낼 수 있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내 얼굴만 찍을 것이 아니라, 좀 더 먼 거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내가 서 있는 그곳의 배경과 무대,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 혼자가 아닌, 배경과 함께할 때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표 정책사회부장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