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톡톡 경제]‘세종 기러기’ 한숨 날려준 기재부

입력 | 2015-02-17 03:00:00


김준일·경제부

세종시 공무원 사회의 이색적인 풍속도 하나.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기혼 동창생들이 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일하는 곳은 달라도 같은 ‘기러기’ 신세에 내몰린 공무원들이 친구들과 동거하고 있습니다. 친구끼리 살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공무원끼리 임차료를 분담해 살기도 하고, 심지어 군대 생활관(내무반)처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함께 지내기도 합니다.

“가족이 다 함께 내려가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 직장이 세종시로 옮기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말할 수 있는 ‘간 큰’ 배우자가 얼마나 될까요. 세종시로 옮기느라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면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기재부가 이런 상황을 풀기 위해 나섰습니다. 정확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나선 겁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8월 ‘공무원 인사교류’ 제도를 이용해 주말부부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기재부는 16일 수도권으로 옮기길 원하는 기재부 직원 6명을 서울시청, 과천시청 등으로 전출했습니다. 또 타 지역의 다른 기관에서 일하던 기재부 직원들의 공무원 배우자 10명을 세종시청과 국세청 등으로 전입시켰습니다. 이날 기재부는 ‘최 부총리, 주말부부 애로 해소에 앞장서’라는 보도 자료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세종시 내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일반적인 인사교류는 부처 내 지방청과 본부 사이에 하거나 부처가 달라도 일대일로 주고받는 방식인데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어 이동시키는 걸 보니 기재부가 세긴 센 모양”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인사교류에서 수도권으로 간 공무원보다 세종시로 이동한 공무원이 많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인사교류의 취지 중 하나가 공무원들의 세종시 조기 정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재부처럼 할 수 없는 타 부처, 지방이전 공기업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에서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