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마다 보육시설 의무화…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다면… 아이있는 젊은이들에게 취직 가산점, 대출 혜택 준다면 혼자 사는 이들도 당당하게 아이 낳을 수 있는 사회 된다면…
이나미 객원논설위원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공상은 계속된다. 아이를 가진 젊은이에게는 사기업 공기업을 막론하고 취직할 때 통 큰 가산점을 준다면? 전세 대출 이자나 아파트 분양권 등에서 아이 낳아 키우는 젊은이들에게 여러 혜택을 준다면? 자식이 많으면 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취득세를 덜 낸다면?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아 키우고 싶은 미혼모 미혼부들을 위한 여러 혜택과 보육시설 등을 개선하고 늘려 준다면? 편부모 자녀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혼자 사는 이들이 아이를 낳아 당당하게 키우거나 입양을 해도 입방아를 찧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동성애자들도 대리모 대리부 등을 통해 아이를 낳게 하고 그들의 결혼을 인정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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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한국인이라는 인종 자체가 멸종될 것이라는 보고들이 나오는 와중에 혼자 해 본 이런저런 생각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허무맹랑하고 비도덕적이고 위험하다고 공격받을지 몰라도, 지금 전통이 어떻고 윤리가 어떻고 할 만큼 한가한 때인가 싶다. 심지어는 공자님도 아내와 자식들을 고향에 두고 제자들과 세상을 주유하지 않았던가. 공자에게 가족은 제자들이었지, 자기 자녀와 아내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가족 이데올로기가 절대 불변의 윤리적 진리가 아니란 뜻이다.
사실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대세다. 프랑스 독일 미국의 출산율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교육을 많이 받은 백인 여성들이 국가의 보육 대책에 감동해 아이를 많이 낳아서가 아니다. 유입된 후진국의 노동자들이나 유학생들이 자식들만은 선진 국민이 되어 잘살 것이라는 꿈을 간직한 채 일단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아이 하나를 키우는 비용이면 후진국의 아이 100명 이상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터이니 지구 환경의 입장에서 보자면 잘사는 국가는 아이를 덜 낳고, 못사는 국가가 아이를 더 낳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한 채 자신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불안과 좌절을 느끼는 것은 진짜 큰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취약한 정신 건강을 걱정하기 이전에 아이를 낳아 봐야 재벌가의 노예로밖에 더 키우겠느냐고 믿게 된 배경을 먼저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노력 없이도 부모 잘 만나면 잘난 척 착각하며 편하게 살고, 아무리 애써도 부모 잘못 만나면 평생 남의 하인 노릇만 하다 죽는다는 그들 생각이 정말 근거 없는 망상인지. 재벌들이 떡볶이 가게와 빵집도 하고, 대기업이 지불을 미뤄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부모 빚으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믿는 그들의 분노가 과연 젊은 치기에 불과한 것인지. 가정 폭력, 노인 유기 등을 서슴지 않는 철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자신의 피 자체가 분노의 대상이 되어 아이도 결혼도 다 싫다고 하는 그들을 과연 비난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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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인질로 맡긴 탓에, 자정 넘어서까지 매일 집안일을 해도 시어머니 앞에선 늘 죄인이었고, 친정어머니에겐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무례한 딸이었고, 일하는 엄마에 대한 편견에 대해선 무능력했고, 그러면서도 환자 앞에선 씩씩한 의사로 살아야 했던 분열된 세월이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의 처지가 그때에 비해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 것 같아 선배로서 죄스러울 뿐이다.
이나미 객원논설위원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