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주의 선언’ 집필한 문광훈 교수
“현실에 대한 개혁은 개인에게서 시작되며 개인의 쇄신은 예술적 심미적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게 문 교수가 말하는 ‘심미적인 것의 정치성’의 근거다. ‘변화하고자 하는 개인 모두’가 독자가 된다는 의미다. 예술적인 경험이 인간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을 추구하도록 이끈다고 문 교수는 믿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이 예술 체험은 더욱 절실하다. “경제적 규모는 큰데, 사람들은 원한과 분노에 차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정신없이 살면서 공격성을 키워가기만 해요.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깊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합니다.”
그가 예로 드는 예술 체험 중 하나는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의 그림 ‘자화상’이다. “그림 속 공재는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건 세상을 이루는 소음과 소란의 정면입니다. 서인이 득세한 현실에서 남인인 공재는 몰락의 길만 걸어야 했어요. 그는 30세 전후로 이미 벼슬길을 포기했습니다. 삶의 불평등과 불의. 부당함과 어이없음. 자화상이 응시하는 건 그렇게 불운과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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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앉아 TV를 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 화려한 옷차림 같은 화면이 나오지요. 나름의 아름다움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오직 거기에만 미친다면 슬픈 일일 겁니다. 아름다운 것이 감각적으로 기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랜 울림을 주기 위해선 이성이 작동돼야 합니다. 미에 대한 얕은 경험이 아니라 삶의 넓고 깊음을 깨닫게 하는 체험 말입니다. 예술적 경험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