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화 사령탑으로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73). 그는 야신(野神)이 되고 난 뒤에도 걸핏하면 야인(野人)으로 쫓겨나는 악순환을 겪었다. 4년 전 그가 SK에서 잘렸을 때 ‘일흔이 넘어서도 진화할 김성근 야구를 이제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나는 아쉬워했다.
김성근의 리더십에 굳이 불통을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고집불통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딱 하나, 야구다. 그 시작은 열정이고, 끝은 승리다. 다른 건 없다. 무지하게 힘이 들지만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조직의 결속력은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김성근의 리더십은 비정하다. 그를 간절히 원하는 자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자식으로 받아들인다. 무한책임을 지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반대로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능성이 높아도 아웃이다. 그에겐 호불호가 확실하다. 그만큼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성근은 3개월 전 청와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 없는 리더는 아무 쓸모가 없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인연을 맺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3년 연하의 김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김성근의 리더십은 국가 경영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에선 피아가 분명하지만 국민을 그렇게 나눠선 안 된다. 국민을 상대로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