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투자권유절차 실태 점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고객들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고위험 투자상품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투자 권유 절차 실태에 대해 첫 점검을 실시하고 3일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대상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일반투자자에게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64개 금융회사다.
금융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할 때는 반드시 투자 성향을 평가해 적합한 상품만을 권해야 하지만 실제 투자 성향에 비해 위험한 상품을 판매하는 등 투자 권유 절차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투자 수익이 높은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 판매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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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위험한 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일부 금융회사의 꼼수도 드러났다. 직장인 B 씨는 부모의 노후자금을 월지급식으로 받기 위해 투자상품에 가입하려고 증권회사를 찾았다가 부적합확인서를 쓰고 파생상품에 가입했다.
금융회사들은 투자자가 실제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때 ‘부적합확인서’를 제출받아야 한다. 3억여 원을 투자했다가 1억 원을 날리게 된 B 씨는 “확인서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사인을 했다”며 “부모님의 노후자금이라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원금 손실을 입게 돼 막막하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회사들이 정기예금과 같이 수수료가 낮은 상품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상품을 유도하다 보니 실제 투자자의 투자 성향에 비해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에 대해 고객이 자필로 쓰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투자자가 금융회사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지 않고 스스로 투자상품을 투자할 때 쓰는 ‘투자권유불원 확인서’를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투자 권유를 해놓고도 위험한 상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에게 해당 확인서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부적합확인서나 투자권유불원확인서를 받고 투자상품을 판매한 경우 성과급 산정 점수를 낮게 부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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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