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달 추적끝 女재수생 입건 자신이 떨어진 대학에 붙은 친구… 페북 합격증 보고 신상정보 입수 입시대행 사이트서 아이디 재발급… 본인 몰래 등록예치금 반환시켜 해당대학, 피해 학생 합격 처리
지난해 12월 류모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합격 인증샷. 인터넷 화면 캡처
김 씨의 시샘은 엉뚱한 데로 빗나갔다. 류 씨의 합격증에는 생년월일과 수험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틀 동안 류 씨의 개인정보를 모은 김 씨는 입시대행 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속여 재발급받았다. 등록 예치 취소에 필요한 보안번호도 알게 됐다. 환불에 필요한 계좌번호도 류 씨의 블로그에서 찾아냈다. 류 씨가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하느라 계좌번호를 올려놓은 게 화근이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김 씨는 30만 원의 예치금을 환불했고 류 씨의 합격은 취소됐다. 충격에 휩싸인 류 씨는 즐겨 하던 페이스북 계정도 탈퇴했다.
하지만 김 씨의 위험한 장난은 한 달여 만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입시대행 사이트와 대학본부에 입력한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접속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한 끝에 전남 목포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서울 소재 여대와 지방대의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2일 김 씨를 개인정보를 도용해 남의 대학 합격을 취소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건국대는 교육부와 협의한 끝에 최근 류 씨를 합격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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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생활 노출이 많아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을 넘어 개인정보를 도용해 타인 행세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정보를 SNS에 올리는 습관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SNS 이용은 외출 시 옷을 입는 것과 같다. 발가벗고 밖에 나가지 않듯이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SNS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의 무분별한 노출은 ‘리플리 증후군(현실을 부정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인격 장애)’ 환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타인의 삶을 그대로 복사하는 사례도 있다. 직장인 김모 씨(30)는 “3년 전 SNS에서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됐는데 사진부터 사생활까지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SNS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국에서는 입사할 때나 온라인 회원가입 때 페이스북 등 SNS 계정 입력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SNS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SNS로 주민번호 파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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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min@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