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만류에도 “테니스는 못 끊어” 아내에게만 알리고 투병 숨겨… 비타민 먹는 척하며 약 복용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재임 중 폐질환을 앓았던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투병 중에도 테니스는 계속 쳤다고 밝혀 ‘테니스광’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 전 대통령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은 2009년 하반기. 이 전 대통령은 “기력이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 피로감이 몰려오고 식은땀이 났다”고 적었다. 2009년 12월 주치의에게 검진을 받았더니 “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도 어려웠던 시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걱정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며 “아내에게만 발병 사실을 알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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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테니스 라켓만은 놓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입맛도 떨어지고 약에 취해 몹시 힘들게 지냈지만 강행군을 계속했다”면서 “테니스도 횟수는 줄였지만 빠뜨리지 않았다”고 썼다. 또 “주치의가 테니스장까지 따라 나와 무리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내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도 “내 낙은 테니스”라며 주 1, 2회 국가대표 출신 코치들과 테니스를 치며 건강을 다졌다.
이 전 대통령의 ‘테니스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자서전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는 중에 오랜 취미인 테니스와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서예에 시간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